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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하고 씁쓸한 인생 첫 낙찰
반팔을 막 꺼내입을 때쯤 시작한 경매 공부. 3번의 패찰을 맛본 뒤 4번째 만에 첫 낙찰을 받았다. 내 이름이 불리는 순간 마냥 기쁠 줄 알았는데 뭔가 이상했다. 차순위랑 가격 차이가 너무 많이 났다. 내가 뭘 잘못했나 싶어 어안이 벙벙했던 그 순간 뒷통수가 띵 울렸다. 감정가 70%에도 유찰됐었던 물건인데 80%나 적어서 냈던 것이다.
최고가매수인 보증금 영수증
입찰보증금 영수증을 받았다. 입찰보증금 끝자리가 9천원이라서 그냥 1만원 단위로 맞춰서 냈더니 1천원도 거슬러줬다. 영수증을 쥐고 나오면 법정 앞에서 대출이모들과의 팬미팅(?)이 시작된다. 명함을 마구 나눠주면서 내 전화번호를 받아간다. 이분들을 통해 경락잔금대출을 받아야 하니 명함은 빠뜨리지 않고 받아야 한다.
입찰가 산정 오류 복기
너무 얼떨떨해서 남편과 근처 카페에 가서 다시 계산기를 두드려보았다. 역시 수익이 나긴 난다. 내 돈 한푼 안 들이고도 1천만원 정도는 남는다. 문제는 수익을 극대화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니 수익을 크게 내고 싶은 마음보다 일단 낙찰을 받아보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인 것 같다.
이유 1️⃣. 앞선 입찰과의 비교
우리는 입찰가 산정을 위해 전월세 회전율, 매매 회전율, 역과의 거리, 주변 상권, 임차인 대항력 유무 등을 수치화해서 점수표로 만들었었다. 이 물건과 비슷한 점수를 받았던 이전 물건들이 급매 호가보다 300~1천만원 저렴한 수준에 낙찰되는 걸 확인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낙찰가가 그 정도 수준일 거라 예상했고 실거래 최저가보다 1,200만원 정도 저렴한 가격을 적어서 냈다. 사실 이 가격을 써서 내면서도 당연히 패찰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이유 2️⃣. 2회 유찰 간과
이 물건은 최저입찰가가 감정가의 100%일 때 한번, 감정가의 70%일 때 한번 유찰되어 감정가의 49%로 시작하는 물건이었다. 이 말인 즉슨 감정가의 70%보다는 싸게 사야겠다는 게 응찰자들의 심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우린 이 부분을 놓쳤다. 우리가 앞서 입찰했던 물건들 중에도 2회 유찰됐으나 70%보다 비싸게 낙찰된 경우가 있기도 했고, 감정가의 70%는 현재 시세보다 거의 3천만원이 저렴한 수준이라 낙찰받기에는 택도 없는 가격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결과 무려 감정가의 80%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적어내는 대형 실수를 하고 말았다.
이유 3️⃣. 수익보다 낙찰 자체에 매몰
처음 입찰을 했을 때는 무조건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가격, 즉 거의 최저가에 수렴하는 가격을 적어냈었다. 당연히 최고가와 아주 큰 차이로 패찰했다. 이후 욕심을 약간 버리고 수익률을 조금씩 낮춰가며 입찰을 하게됐다. 그러다보니 2년간 임대수익과 매도차익을 합쳐서 1,000만원도 못버는 수준의 입찰가를 적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중도상환수수료 등 미처 따지지 않았던 비용들도 있어서 가격을 더 비싸게 적어버렸다.
이유 4️⃣. 시간에 쫓김
되짚어보면 우리의 오류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몇번이나 있었다. 그럼에도 우린 시간에 쫓기는 바람에 좀 더 꼼꼼히 들여다보지 못했다. 권리분석은 한참 전에 마쳤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입찰 하루 전날에야 임장을 다녀왔다. 한꺼번에 임장 여러 곳을 돌고 집에 오니 늦은 밤이었고 피곤해서 대충만 훑어보고 잠이 들었다. 게다가 입찰 당일 조금 늦게 출발한 데다 길도 잘못 드는 바람에 입찰 마감 30분 전에 겨우 도착했다. 심지어 수표 발행도 안한 상태로.. 평소였으면 입찰 서류 쓰기 전에 다시 한번 확인하고 남편과 여러번 크로스체킹했겠지만 시간이 부족하니 전날 밤 몽롱한 상태에서 확정한 입찰가를 그대로 적고 제출해버렸다.
돈 벌면서 경험 쌓기
꿈에 그리던 낙찰을 받고도 자책하느라 하루를 다 보냈다. 손실을 본 게 아닌데도 돈을 날린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하루종일 우울한모습으로 있었더니 사업 선배인 남편이 귀한 조언들을 해주었고 다행히 멘탈을 회복했다. 변하지 않는 사실은 우리는 이번 낙찰로 돈을 벌었다는 것. 거듭된 패찰로 경매에 흥미를 잃을 뻔했는데 앞으로 나아갈 유인이 생겼다는 사실에 만족한다. 돈을 벌면서 낙찰-임대-매도 한 사이클을 돌려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첫 낙찰은 성공이라고 평가해본다. 그렇지만 앞으로 주의해야 할 사항은 가슴에 새기고 또 새겨야겠다.
1. 못해도 수익 2천만원은 잡고 입찰하자.
2. 입찰가 산정 기준표를 보완하되 여기에 매몰되지 않는다.
3. 임장 및 입찰가 확정은 입찰 3~4일 전에 끝낸다.
4. 입찰 시작시간에 맞춰서 법원에 도착하도록 출발한다.
5. 임장시에 무조건 부동산 3곳 이상 돈다.
6. 우리는 한 배를 탔다. 잘하면 둘 다 잘했기 때문이고, 못했으면 둘 다 공범이다.
다음 편 : 경락잔금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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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경매 첫 낙찰! 나의 실수, 입찰가 산정 기준, 수익률 계산
5편: 경락잔금대출 자서, 부대조건(금리 우대 조건) 확인하기
9편: 전세 계약, 소요 기간, 부동산 여러곳, 피터팬
10편: 전세 잔금, 경락잔금대출 상환, 말소 등기, 중도상환수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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