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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호텔은 방음이 안된다
시차 적응이 안돼서 4시부터 자꾸 깼다. 7시쯤 되니 쓰레기차가 왔는지 삐-삐- 소리가 반복되면서 시끄러워졌다. 오래된 건물이라 방음은 기대하면 안된다. 옆방에서 물 트는 소리까지 다 들린다. 그래도 긴 여행에 지쳐서인지 꽤나 깊게 잠들었다. 1박에 30만원이라는 게 좀 놀랍긴 했지만.. 호텔은 아주 깨끗하다. 낡았을 뿐! 변기에 휴지 넣었더니 물 안내려간다🥹
파리에서의 첫 빵 : Cafe de Paris
오전 10시 간단히 브런치를 먹으러 갔다. 파리지앵처럼 테라스에 앉고 싶었지만 체감온도 3도의 날씨라서 포기했다. 첫날부터 감기 걸려서 여행을 망치면 안되니까. 핫드링크와 오렌지주스, 크로와상, 바게트, 오믈렛이 나오는 세트를 주문했다. 가격은 16유로. 크로와상이 정말 맛있었다. 부드럽고 향도 진하다. 평소 절대 안먹는 바게트도 제법 입맛에 맞았다. 겉은 돌덩이었지만 속은 촉촉했다. 집앞 카페가 이정도라니, 크로와상 1타집도 찾아가봐야겠다.
Café de Paris
10 Rue de Buci, 75006 Paris
구글 평점 3.9
Heart Stroke 세트 추천. 핫 드링크, 크로아상, 바게트, 오렌지 주스, 오믈렛(또는 계란프라이). 16유로.
지하철, 생각보다 깨끗한데?
나의 첫 행선지는 쁘렝땅 백화점. 숙소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교통체증 때문에 너무 오래 걸려서 메트로로 돌렸다. 파리 지하철은 내 예상보다 훨씬 깨끗했다. 냄새도 안났고 소매치기 같은 건 절대 없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다만 문을 손으로 여는 건 충격적🤷♀️ 게다가 승강장마다 다음역, 이전역 이름까지 적혀있는 우리 지하철과 달리 여기는 해당 역 이름만 대문짝하게 써있다. 심지어 열차에선 안내방송도 안 나와서 정신 놓고 있으면 지나칠 것 같았다. 그래도 역마다 개성 있게 이름을 적어둔 건 귀엽고 멋있었다.
나중에 탄 호선은 신식이었다. 스크린도어도 있었고 문은 자동문이었고 열차 안에서 안내방송도 잘 나왔다. 우리나라로 치면 아까 건 1호선, 이번 건 신분당선인 셈이려나.
파리 사람들은 핸드폰을 잘 만지지 않는다. 한국은 지하철 승객 100명 중 99명은 휴대폰을 보고 있는데 파리는 절반도 안된다. 정면을 보고 노래를 듣거나 그냥 밖을 보거나 일행과 작게 대화를 한다. 버스와 지하철 모두 자리가 마주보는 식으로 돼있다. 그래서인지 처음 본 사람들끼리도 대화를 잘하고 자주 웃는다. 버스 정류장에서도 서로 인사하며 웃어준다. 신기했다.
쁘렝땅 백화점 : 프레데릭 말 향수, 셀린느 모자 구매
프랑스 브랜드는 서울보다 확실히 가격이 저렴하다. 다만 브랜드마다 가격 차이가 좀 다른 편. 셀린느는 그 차이가 크기로 유명하다. 볼캡은 한국 정가 69만원, 쁘렝땅에서는 350유로였다. 5% 할인과 택스리펀을 받으면 지금 환율로 약 42만원 정도다.
프레데릭말은 가격차가 크진 않았다. 오드매그놀리아와 로디베 기준 50ml 180유로, 100ml 265유로. 한국에서 50ml는 298,000원인데 파리에서는 택스리펀하면 23만원 정도다. 한국에서도 온라인으로 5%정도는 할인되니까 5만원 정도 싼 셈.
인생 첫 에스프레소 : 레 두 마고(Les Deux Magots)
생제르맹 카페 양대장 중 한곳. 거리 초입에 있다. 간단히 디저트를 먹으러 들어갔는데 비싸다. 에스프레소와 미니 디저트 모음이 16유로. 초콜릿 디저트랑 라즈베리 푸딩은 아주 맛있었지만 과일과 머핀은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 맛없음. 인생 첫 에스프레소는 생각보다 연했다. 집에서 내려먹는 일리 캡슐커피에 적응돼서 그런 것 같다. 디저트가 달아서 에스프레소가 없다면 다 못 먹을 뻔했다. 비가 와서 테라스에 천막이 쳐져 있었지만 날이 좋으면 사람 구경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내일은 맞으편 플로르에 가봐야지.
Les Deux Magots
6 Pl. Saint-Germain des Prés, 75006 Paris
테라스 추천. 디저트는 맛 편차 있음. 비쌈.
달팽이 요리 : Suffren
에펠탑 근처 맛집 수프렌(Suffren)에서 처음 먹어본 달팽이 요리. 소스향이 엄청 강해서 이게 달팽이인지 골뱅이인지 차이를 못 느꼈다. 소스는 바질향. 간이 세다.
같이 시킨 양파수프가 정말 맛있었다. 위에 두껍게 치즈가 올라가있어서 치즈와 국물을 함께 먹으면 된다. 양파수프 역시 처음 먹어봤는데 대만족. 나보다 파리에 먼저온 선배는 이게 3번째 양파수프였다는데 여기가 제일 맛있다고 했다. 추천! 함께 먹은 beef tenderloin steak도 질기지 않고 맛있었다.
Suffren
84 Av. de Suffren, 75015 Paris
에펠탑 근처 맛집.
달팽이 요리, 양파수프, 비프 텐더로인 스테이크 추천. 3메뉴 합쳐서 86.5유로.
에펠, 에펠, 에펠.. 앓다 죽을 에펠
밥을 먹고 에펠까지 10분 정도 걸어갔다. 파리는 해가 늦게 져서 저녁 8시 40분이 되니 에펠탑에 불이 들어왔다. 정말 예쁘다. 그냥 예쁘다. 솔직히 파리에 오기 전에는 인스타에서 에펠앓이 하는 사람들이 허세처럼 보였었다. '남산타워랑 별 차이도 없어 보이는데 왜들 저래' 하는 마음. 에펠을 실제로 보니까 나의 지난 생각이 얼마나 편협하고 자기중심적이었는지 깨달았다. 에펠은 정말 예쁘고 낭만적이다. 정각부터 5분동안은 에펠이 반짝반짝 빛나는데 더없이 예쁘다. 파리는 사랑의 도시일 수밖에 없다. 눈에 가득 담아두고 돌아서면서도 아쉬웠다. 낮 에펠탑도 꼭 봐야지.
경험하지 않고 지레 짐작하지 않기
오늘 인생 첫 경험을 여럿 했다. 바게트, 에스프레소, 달팽이, 에펠탑 모두 처음이었다. 딱딱한데 왜 먹나 싶었던 바게트는 놀랍도록 촉촉했고, 사약맛일 것 같았던 에스프레소는 그리 쓰지 않았다. 징그러울 것 같았던 달팽이는 골뱅이보다도 평범했고, 그저 철탑인줄 알았던 에펠탑은 내 인생에서 본 가장 낭만적인 건축물이었다. 난 편견이 많은 사람이었음을 오늘 깨달았다. 경험해보기도 전에 지레 부정적으로 짐작하고 멀리했다. 오늘 하루를 보내고나니 과장 좀 보태서 나의 20대가 아까울 지경이다. 이 좋은 것들을 왜 일찍 경험하지 않았을까. 서울에 돌아가면 지레 짐작하고 멀리했던 것들을 하나씩 해봐야겠다. 그렇다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골프. 골프를 배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