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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빵모닝 : Le Pre aux Clercs

생제르맹 한가운데 숙소를 잡으면 좋은 점. 발 닿는 모든 곳에 꽤나 괜찮은 식당이 있다는 것. 간판이 예뻐 시선이 갔던 Le pre aux clercs 이란 곳에 갔다. 모든 가게가 오전에는 비슷한 세트 메뉴를 판다. 빵 오 쇼콜라, 에스프레소, 꿀이 올라간 요거트, 햄치즈 오믈렛, 오렌지 주스가 함께 나오는 메뉴를 골랐다. 가격은 20유로. 어제보다 비쌌지만 오믈렛이 훨씬 크고 맛있었다. 빵으로 밥이 될까 싶었는데 심지어 이거 다 먹지도 못했고 저녁 7시까지 배가 안고팠다. 퇴사 후 워낙 먹어대서 위가 잔뜩 팽창한 상태인데도! 종일 쇼핑에 시달렸는데도! 아점 치고 후덜덜한 가격이지만 또 가고 싶을 정도였다.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그칠 기미가 보이자 곧바로 테라스 세팅에 들어간다. 파리 사람들은 정말로 테라스를 사랑한다. 디폴트가 테라스고 비가 오면 어쩔 수 없이 실내로 가는 듯. 난 추워죽겠는데 파리지앵들은 털모자에 패딩 입고 테라스에 앉는다. 왜 그렇게까지 테라스에 진심인 건데...?🤷♀️
Le pre aux clercs
30 Rue Bonaparte, 75006 Paris
구글 평점 4.1
빵, 핫드링크, 오렌지주스, 요거트, 오믈렛 추천. 가격 20유로.
아페세 아울렛 : A.P.C Surplus

브랜드마다 파리 시내에 크고 작은 아울렛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생제르맹에 있는 아페쎄 아울렛! 아침 먹은 Le Pré aux Clercs 바로 앞에 있다. 도보 1분컷. 가격표에 파란 스티커가 붙어있으면 적힌 가격에서 30%, 빨간 스티커가 붙어있으면 50%가 할인된다. 그리고 한국인인지 한국어를 잘하는 건지, 키 큰 남자 직원이 한국어로 응대해준다.
반달 가방도 색깔별로 크기별로 꽤 다양하게 있었다. 나는 너무 추워서 경량 패딩 수준의 점퍼를 입어봤다! 가격은 155유로. (310유로 가격표에 빨간 스티커 붙어있었음). 한국돈으로 22만원 정도다. 살까말까 하다가 안샀는데 XL로 남편 사다줄까 생각 중.
A.P.C. Surplus Jacob
40 Rue Jacob, 75006 Paris
파란 스티커는 30%, 빨간 스티커는 50% 할인
옷, 가방 등 꽤 다양하게 있음. 사이즈별 재고도 넉넉.
개선문 : 자세히 보면 더 멋지다

파리에 왔으면 에펠탑, 개선문, 루브르는 봐야지. 오늘은 개선문으로 향했다. 날씨가 꾸리꾸리해서 속상했지만 개선문은 충분히 멋졌다. 커다란 건축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크고 작은 조각상으로 빼곡하다. 어느 하나 똑같은 것 없이 정말 정교하고 섬세하게 하나하나 새겨넣었다. 멋지고 대단하다. 이걸 본 뒤로 파리 시내 건물들을 눈여겨 구경해봤더니 모든 건물에 조각상이 있었다. 파리 사람들이 파리의 외경을 지키려는 이유, 사랑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파리 생제르맹(PSG) 굿즈샵

PSG 구장은 파리 외곽에 있다. 직관까지는 바라지 않고 굿즈만 사고 싶다면 개선문 근처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굿즈샵으로 가면 된다. 토요일 점심에 갔더니 꽤 길어보이는 줄이 있었지만 한번에 우르르 들어가서 실제 대기시간은 10분도 안됐다.

유니폼, 티셔츠, 운동복 등 꽤 다양하게 있다. 유니폼, 바람막이 등은 15~20만원선이었고, 트레이닝 바지는 10만원대. 남동생과 남편이 부탁해서 가본 건데 가격 대비 너무 안 예뻤다... 이걸 왜 이 돈 주고 사? 싶은. 결국 PSG 로고가 작게 있는 면 100% 티셔츠만 2장 사왔다. 가격은 장당 25유로.
PSG FLAGSHIP STORE
92 Av. des Champs-Élysées, 75008 Paris
주말에 가면 대기. 오래 걸리진 않음.
유니폼, 바람막이 15만원선, 면티 4만원 안팎.
관광지 한복판이라 굿즈만 사러 가기 좋음. 내부 매우 더움 주의;
트러플 식재료 모음집 : 라파예트 식품관

파리 가면 무조건 사오는 게 트러플을 이용한 식재료들이다. 트러플 소금, 트러플 오일은 물론이고 파스타 소스, 머스타드 등등 정말 다양하다. 라파예트 백화점 식품관에 가면 관광객들이 많이 사가는 제품들을 큐레이션 해놨다. 내가 고른 건 Artisan(아티장)의 트러플 소금과 머스타드 소스, aix&terra(엑스테라)의 트러플+마늘 크림. 그냥 블로그 보고 많이 사는 걸로 집었다🤭 좋은 게 좋은 거겠지 하며:) 엑스테라는 유튜버 최모나의 추천 제품인데 똑같은 건 없어서 비슷한 걸로 샀다. 빵에 발라먹거나 고기 찍어먹으면 된단다. 트러플 오일은 사려다가 무거워서 포기. 트러플 식재료들은 전부 유리병에 들어있어서 무게가 많이 나가니 주의!!
여행에서 날씨가 차지하는 비중, 99%

파리 도착 사흘 만에 맑게 갠 하늘을 봤다. 파리는 맑은 하늘 아래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카메라를 아무렇게나 들이대도 작품이다. 실제로 보는 게 사진보다 10배쯤 '파리스럽다'. 비 때문에 거의 비어있던 테라스는 순식간에 파리지앵과 관광객으로 만석. 파리에 온 게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카메라를 이리저리 돌리다 눈에 들어온 고층 빌딩. 파리 와서 처음으로 욕을 했다. "아, 이게 뭐야." 풍경을 확 망쳤다. 저 건물 들어설 때 파리 사람들이 엄청 반대했다고 한다. 파리 오기 전에는 파리지앵들 오버한다 싶었는데 실제로 보니 그들에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다된 파리에 고층 건물 뿌리기가 웬말이야. 어쩌면 지금의 파리는 '파리스러움'에 반하는 것들을 냉정히 밀어낸 파리지앵들의 콧대덕에 유지된 게 아닐까.
파리에서의 첫 테라스 : Marcello

날씨가 갠 덕에 드디어 앉아본 테라스. 나 이렇게 파리지앵이 되어가는 걸까? (응 아니야~) 테라스 위에 난로도 있어서 춥지 않았다. 처음으로 겉옷도 벗고 식사했으니!

내가 주문한 건 뇨끼! 워낙 뇨끼를 좋아하기도 하고 고르곤졸라 치즈를 쓰는 게 신기해서 주문해봤다. 뇨끼 알맹이는 작은 편. 식감은 쫄깃하면서도 떡보다는 부드러웠다. 고르곤졸라 향은 많이 나지 않았다. 처음 몇입은 맛있었는데... 음.. 먹을수록 쏘쏘.. 시간이 지나니까 뇨끼 알맹이가 떡처럼 조금씩 딱딱해졌다. 결국 꽤 남겼다. 24유로답게 양이 많긴 했다. 하지만 딱히 추천은 아닌 걸로. 그래도 직원들이 친절해서 기억에는 남는다. 일단 테라스 점수 만점.
Marcello
8 Rue Mabillon, 75006 Paris
구글 평점 4.1
테라스 자리 추천! 난로 있어서 따뜻함. 뇨끼는 흐린 눈..
스포츠펍에서 PSG 중계 보기 : Little Temple Bar

남편이 내준 숙제였다. 유럽은 축구에 진심이니까 직관까진 아니어도 스포츠펍에서 경기를 즐겨보라는. 마침 리그앙 1위 파리 생제르맹이 2위 RC랑스와 붙는 날이었다. 구글에 '스포츠펍'으로 검색해서 찾아갔다. 잔뜩 기대했는데 예상과 달리 분위기가 뜨뜻미지근했다. 음악은 붐붐! 신나는데 사람들은 경기보다 대화에 집중하는 느낌이었다. 전반전에서만 생제르맹이 3골을 넣었는데도 살짝 들썩일뿐 이내 조용.. 음바페 첫 골은 진짜 넣은지도 모를 정도로 조용했고 그나마 세번째 메시 골에서 약간 시끌했다. 혹시 프랑스 사람들은 축구에 별 관심이 없는 걸까? 심지어 전반 끝나니까 스크린 접어버림;; 한번의 경험으로 일반화하고 싶진 않지만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ㅋㅋ 맥주는 500cc 정도의 파인트 1잔에 9유로.
Little Temple Bar
12 Rue Princesse, 75006 Paris
생제르맹에 있는 스포츠펍. 맥주는 약 10종류 있고 사이즈는 3가지. 기본적으로 파인트에 준다. 대부분 파인트 1잔에 9유로 선.
메시를 가졌지만 썩 관심은 없어보이는 파리지앵 구경하기 좋은 곳.
파리의 여유는 어디서 오는 걸까?

파리는 참 여유로운 도시 같다. 밥 먹을 때 가장 크게 느낀다. 사람들이 메뉴를 정말 오랫동안 읽는다. 하지만 점원은 보채지 않는다. 결정을 내린 손님이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출 때까지 기다린다. 손님도 손을 들어 점원을 부르지 않는다. 식사도 한참동안 한다. 다 먹은 접시가 있으면 점원들이 그때 그때 치워주지만 다 먹었으면 나가라는 느낌이 아니라 대화하는데 불편할까봐 정리해주는 느낌이다. 손님은 식사를 끝내도 점원을 부러 부르지 않고 계산대로 찾아가지도 않는다. 점원이 알아채고 다가오면 그제서야 계산서를 달라고 한다. 점원은 천천히 계산서를 갖다주고 손님은 자리에서 결제한 뒤 또 천천히 자리를 떠난다.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이 여유는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이건 그냥 내 생각인데, 해가 늦게 져서 그런 것 같다. 보통 날이 어둑해져야 하루가 끝나는 느낌인데 여긴 밤 9시까지 밝다. 하루종일 이것저것 해도 해가 중천이니 서울에서보다 2~3시간을 더 사는 기분이다. 자연스럽게 여유로워진다. 몇년 전 겨울 삿포로에 갔을 때는 반대였다. 오후 3시반이면 해가 지니까 마음이 너무 바빴다. 이렇게 쓰고보니 진짜 내 생각이 맞는 것 같기도? 애니웨이, 파리의 여유가 좋다💕 여유의 원천은 며칠 동안 더 생각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