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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스에서 에즈 빌리지로
눈을 떠보니 오늘도 맑음! 남프랑스를 여행해본 친구들이 꼭 가보라고 추천한 에즈 빌리지(Eze village)를 가보기로 했다. 시간이 되면 모나코까지 찍는 일정! 에즈 빌리지는 차로 20분 거리인데 남는 건 시간이니 TER 기차를 타기로 했다. 에즈역(Eze)에서 내려서 버스를 타고 마을로 올라가면 된다. 가격은 3유로.
기차를 놓쳤다. 시간은 촉박한데 발권줄이 너무 길어서 온라인으로 표 사는 것까진 성공. 뛰어들어갔는데 승강장을 못찾아서 놓쳤다. 결국 볼트를 탔다. 택시비는 볼트 프로모션 받아서 19.8유로였다.
에즈 빌리지는 상당히 높은 곳에 있어서 택시 타면서 하염없이 올라간다. 꼬불꼬불 대관령 산길 같아서 무서웠다. 어렸을 땐 안그랬는데 나이 들면서 고소공포증이 생겼다. 택시 기사는 그 길을 엄청난 속도로 달려서 진짜 무서웠다. 나는 타고난 몽상가라서 '이 택시 추락하면 어떡하지? TV에 한국인 관광객 1명 사망했다고 기사 나오는 거 아니야?' 등등 쓸데없는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기사가 내리라고 했다. 도착했다.
에즈 빌리지, 열대정원(Exotic Garden)
에즈 빌리지는 동화 속 마을처럼 생겼다. 노란빛을 띄는 돌로 만들어진 좁은 길과 건물들이 예뻤다. 고대 도시 같은 느낌도 있고 아기자기하니 귀여웠다.
에즈빌리지에 오면 다들 들르는 열대정원(Exotic Garden)에 가봤다. 우리나라에서는 '선인장 정원'으로 부르는 듯. 입장료는 7유로다. 유료라서 안가려고 했는데 에즈 빌리지가 생각보다 심심해서 여기라도 가보기로 했다. 어차피 선인장보다는 경치 보러 가는 곳이다.
오, 올라와보니 예뻤다. 선인장 정원은 거의 마을 꼭대기에 있기 때문에 아래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프랑스 빌라는 지붕을 거의 주황으로 짓는 것 같다. 파리에 착륙할 때쯤 보이기 시작했던 주황 지붕들에 잔뜩 설렜었지. 이렇게 봐도 예쁘고 귀엽다. 뭔가 부루마블 별장 모형 같기도 하구.
마을도 마을인데 저기 저 바다! 물색이 영롱했다. 신혼여행 때 몰디브에서 봤던 물색과 비슷했다. 여행 유튜버 체코제가 에즈 근처 해변에 가서 만족한 이유가 바로 이래서였구나. 그 해변은 에즈 빌리지에서 좀 멀어서 내일 가볼 예정이다.
입맛에 맞는 파스타 발견! La Villa d'Eze
에즈 빌리지 초입에 있는 식당에 왔다. 일주일 여행해보니 구글맵 평점이 믿을만한 게 못되길래 그냥 동선에 맞고 예쁜 곳으로 가봤다. 이곳 바로 맞은편이 모나코로 가는 버스 정류장이다.
프랑스는 식당에 테이블 종이를 깔아주는 경우가 많다. 식당마다 개성있는 그림을 그려놓아서 이거 보는 재미도 있다. 이 그림은 에즈 빌리지 모습을 그려놓은 것 같다.
봉골레를 주문했다. 가격은 무려 26유로. 지금 환율로 치면 39,000원짜리 파스타다. 신라호텔 룸서비스급. 그런데 딱 받았을 때부터 그동안 프랑스에서 먹었던 이탈리안 음식들과 다른 느낌이었다. 좀 제대로 하는 느낌! 조개도 정말 푸짐했고 링귀네 면이 잘 어울렸다. 약간 익숙한 맛이다 싶었는데 성수동 세디치에서 먹었던 버터파스타랑 비슷했다. 면 아래 고여있는 노란 국물이 버터였다. 프랑스에서 먹은 이탈리안 중에 제일 맛있었다. 사악 도는 버터향 덕에 그릇도 사악 비웠다.
La Villa d'Eze - Hôtel du Golfe
151 Av. de Verdun, 06360 Èze
에즈 빌리지 초입에 있는 식당. 모나코로 가는 602번 버스 정류장 바로 맞은 편에 있다. 음식은 20~30유로대로 상당히 비싼 편. 프랑스에서 먹은 이탈리안 요리 중에 제일 맛있음. 추천.
부자 나라 모나코 : 슈퍼카 천국
모나코로 가는 602번 버스는 2시간에 한대 정도 있다. 밥 먹고 식당에서 핸드폰 하다가 14시 30분 버스를 탔다. 표는 그냥 버스 타서 기사한테 2.5유로 주면 된다. 이 종이가 표.
모나코까지는 20분 정도 걸린다. 엄연히 국경을 넘는 거지만 입국심사 같은 건 없다. 그냥 버스 타고 가다보면 갑자기 모나코다. 버스 정류장에 붙은 광고의 홈페이지 주소가 .mc로 끝나길래 모나코 들어왔나보다 싶었다. 몬테카를로 카지노역에서 내려서 카지노 앞으로 가봤다. 여기는 부자 나라 모나코의 부내를 맡으러 가는 곳이다.
모나코는 여의도보다도 작은 땅인데 소득세를 안내서 부자가 많이 산다. 세계에서 백만장자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라고. 인구의 30%가 백만장자라고 한다. 그래서 몬테카를로 카지노 앞에는 벤틀리, 맥라렌, 롤스로이스, 페라리 등 눈 돌아가는 슈퍼카가 가득하다. 지바겐은 너무 흔한 수준. 관광객은 대놓고 지나가는 차들을 사진으로 찍는다. 선팅이 옅게 돼있어서 운전자가 다 보였는데 연령대는 다양했다. 근데 할아버지랑 젊은 여자 탄 차만 3번 봄..
모나코 인도는 붉은 벽돌로 돼있다. 프랑스랑 딱 붙은 나라이다보니 프랑스랑 느낌은 비슷한데 훨씬 깨끗하고 고급스럽다. 모든 곳에서 부내가 뿜뿜.
하다못해 기념품도 품질이 상당히 좋다. 보통 기념품은 너무 저질이라 쳐다보지도 않는 편인데 전부 만듦새가 좋아서 놀랐다. 황금 카드가 있어서 바로 샀다. 가격은 7.5유로로 품질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었다. 워낙 부자 나라라서 이런 푼돈으로 장사할 생각 없는 듯.
이건 4유로짜리 카지노칩 모양 자석이다. 한국에서도 1만원은 받을 것 같은 품질이었다. 자석은 안모아서 패스.
다시 니스로 : 이번엔 진짜 기차
이번엔 시간이 잘 맞아서 니스로 돌아가는 기차를 탔다. 가격은 4.4유로. 2층짜리 열차지만 지하철처럼 아무데나 앉으면 된다. 자리도 넓고 편안.
돌아오면서 생각을 해봤다. 에즈 빌리지와 모나코가 내 취향이었는가? 완벽했던 니스를 뒤로하고 하루를 쓸 가치가 있었는가? 내 대답은 NO. 에즈 빌리지는 동화 속 느낌이라 포근했고 모나코는 전혀 모르던 새로운 곳이라 신선했지만 어제 니스의 바다가 선사한 감흥에 비할 게 못됐다. 돌아오는 열차에서 '아 그냥 오늘도 니스 바다에 누워있을걸'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할수록 내가 모르던 나를 알아가는 느낌이 든다. 내가 꽤나 쇼핑을 좋아하고 꽃과 바다를 사랑한다는 걸 알게됐다. 백수가 된 상태에서 남편과의 공동재산으로 여행을 하고있으니 소소하게라도 돈을 벌어야겠다는 마음도 발견했다. 길을 지나며 예쁜 물건을 볼 때마다 그것과 어울리는 가족과 친구를 떠올리는 모습을 보며 나는 내 사람들 없이 안된다는 걸도 알았다. 여행은 이래서 많이 해봐야 한다.
장기 여행 필수 코스 : 빨래방
오늘로 여행 열흘째. 속옷이 없다. 게다가 파리가 예상보다 추웠던 탓에 긴팔을 여러번 돌려입어서 빨 때가 됐다. 구글맵에 Laundry Service를 검색하고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갔다. 24시간 하는 우리나라 빨래방과 달리 이곳은 거의 오후 8시면 닫아서 서둘렀다. 잠깐 핸드폰하고 기다리다가 다 된 빨래 갖고 돌아오는데 기분이 좋았다. 빨래가 주는 개운함이 있다. 케케묵은 먼지와 함께 지저분한 감정까지 털어내는 기분!
LAVERIE NICE LIBERATION LAUNDROMAT
arret tram Liberation, 4 Rue Veillon, 06000 Nice
빨래 6kg 4유로 (38분 소요), 건조 7분당 1유로
대기할 수 있는 의자 4개 있음
오후 8시 반에 닫으니까 빨래 시간 생각해서 가야함
호텔 몽시니 1층 식당 La Verrière Nice
바다 볼겸 구시가지 가서 먹고올까 하다가 귀찮아서 호텔 1층 식당에서 먹었다. 구시가지에서 먼 호텔 잡은 게 이럴 땐 좀 아쉽다. 그래도 싸고 깨끗하니깐🫶 호텔 조식이 맛있어서 식당도 평타 이상일 거라고 확신했다. 게다가 투숙객 10% 할인도 해준다. 아, 여행하면서 알게된 게 하나 더 있다. 나.. 햄버거 좋아하네..? 피자 파스타는 질리고 프랑스 요리는 너무 거할 때 햄버거만큼 만만한 게 없다. 한국에서 먹는 수제버거 맛이었다. 맛있었다.
La Verrière Nice
17 Av. Malaussena, 06000 Nice
호텔 몽시니 1층 식당. 투숙객 10% 할인. 이탈리안 요리와 프랑스 요리 동시에 판매.
구글 평점 4.6점으로 높은 편.
버거 맛있음. 21유로 -> 19유로 (10% 할인)
내일은 다시 바다로 가리!💙
오늘 에즈 빌리지에서 내려다본 바다 색을 보고 결심했다. 내일은 저런 색의 바다에서 놀아봐야겠다고. 내가 갈 곳은 Plage Paloma다. 유튜버 체코제가 추천한 곳. 니스에서 차로 25분 거리에 있다. 내일은 먹거리를 잔뜩 사가서 해변에 누워서 먹고 자야겠다.
Instagram @hellok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