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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잘 들어준다
체크아웃하러 나왔는데 엘리베이터가 점검 중이었다. 다사다난하다 정말. 20kg짜리 캐리어를 낑낑 대고 내려가고 있었는데 50~60대로 보이는 투숙객이 와서 들어줬다. 대학생 때 유럽 여행 다녀온 친구들이 말하길, 여자들이 무거운 짐 들고 있으면 지나가는 누구나 와서 들어준다고 했던 게 기억났다. "그거 플러팅 아니야?"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겪어보니 전혀 아니었다. 순수한 호의를 베푸는 느낌.
비슷한 상황일 때 한국에서는 도움을 요청한 게 아니면 그냥 지나치는 것 같다. 도와달라면 도와주겠지만 도와달라한 적 없는데 도와주는 건 무례한 게 아닐까 걱정하기도 했던 것 같다. 한국 돌아가서는 적극적으로 호의를 베푸는 사람이 되어볼까?
마지막 니스 해변 #ILoveNice
공항에 가기 전까지 마지막으로 니스 해변을 걸었다. 왜 항상 떠나는 날이 날씨가 가장 좋은 건지. 엊그제 실컷 눈에 담은 바다였는데 오늘은 더 예뻐보였다. 걷는 내내 "예쁘다" "미쳤다" 방언 터뜨렸다.
I Love Nice에도 떠나는 날에서야 올라와봤다. 이 뒤로 보이는 바다가 정말 예쁘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수시로 뜨는 비행기들,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사진도 잔뜩 찍어봤다. 물색 무슨 일인지? 진짜로 엊그제보다 예뻐진 게 맞다. 색이 변했다니까? 몰디브 뽕따색 바다보다는 조금 더 푸른 빛이 돈다. 솔직히 몰디브보다 더 예쁜 느낌도 들었다. 원래 신혼여행지로 몰디브랑 남프랑스를 고민했었어서 계속 비교가 됐다. 그래도 신혼여행지로는 몰디브가 승! 니스는 너무 아름답지만 돈 쓰는 재미?가 떨어진다🤭 니스는 꼭 다시 와야지🩵
니스는 참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이걸 나 혼자 보는 게 아까웠다. 남편이랑 왔으면 진짜 좋았을 텐데, 우리 엄마아빠도 정말 좋아하겠다, 이런 생각이 내내 들었다. 물론 심심하진 않았다. 하루종일 바다만 보고 있기에도 시간은 부족했다. 그냥 누군가와 '여기 너무 좋다, 진짜 예쁘다' 이런 말을 나누고 싶었다. 한국인이라도 마주쳤으면 사진 찍어주면서 감흥을 나눴을 텐데 니스 와서는 한국인을 한명도 못봤다. 나 이제 한국말 좀 하고 싶어..
이 사진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찍어줬다.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이탈리아 축구팀에 한국인 있어! 킴민재!" 라고 하길래 신기했다. 나중에 남편이랑 니스 왔다가 이탈리아 넘어가서 나폴리 경기도 봐야겠다. 근데 그때는 김민재가 EPL에 있겠지...?
다시 파리로 : 기차보다 힘들었던 이지젯
파리까지는 비행기로 1시간 30분이 걸린다. 니스 있는 내내 올 때 기차로 오는 바람에 하루를 날린 것 같아 아까웠었다. 그래서 갈 때는 비행기로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공항 도착하자마자 기차 타러 가고 싶어졌다.
짐 부치는데만 40분이 걸렸고 소지품 검사도 까다로웠다. 여권과 탑승권 검사도 되게 자주했다. 여차저차 수속은 끝냈는데 비행기 탑승하기까지도 서서 20분은 더 기다렸다. 공항에 도착해서 비행기 타기까지 1시간반 동안 서있었더니 비행기에 탔을 땐 이미 녹초.
예상과 달리 좌석 간격은 상당히 넓었다. 근데 의자가 이렇게 부실할 수 있나. 지하철 의자보다 안 튼튼해보임. 이착륙할 때는 가지고 있는 손가방도 전부 위로 올려야한다. 심지어 다리에 덮은 셔츠까지도 앞주머니에 꽂으라고 했다. 뭐가 이렇게 복잡한데요.. 기차 타고 싶었다 진짜로. 그래놓고 이륙하자마자 개꿀잠~ 눈 뜨니 착륙.
몽마르뜨 근처 호텔 : 호텔 제란도 Hotel Gerando
호텔을 어젯밤에 급히 예약하느라 위치와 가격 맞는 곳 찾기가 어려웠다. 소매치기 무서워서 안 갔던 몽마르뜨 앞으로 숙소를 잡게됐다. 근데 뭐 낫배드? (라고 하기엔 여기도 1박 20만원🔫)
최근에 리모델링했다더니 샤워부스도 제대로 있고 뜨신 물도 콸콸콸! 다행히 숙소 근처에 식당도 많아서 어둡지도 않고 괜찮았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세 밤을 잘 부탁해! 내 여행 마무리 기억은 너한테 달렸다.
캐리어가 모자라.. Floyd 위켄더백 구매
캐리어가 꽉 찼다. 아니, 진짜 산 거 없는데 왜 출발할 때보다 4kg가 늘어난 건지 세계 7대 미스테리가 따로 없다. 한국 가서 남편 스포츠백으로 쓰라는 핑계(?)로 가방을 샀다. Floyd라는 독일 브랜드인데 한국에 수입은 안되고 프랑스에도 사마리탄 백화점과 메르시에서만 판다. 캐리에 손잡이에 끼우는 식이라 지금 나에게 딱이었다. 가격은 149유로.. 나일론백 주제에 20만원이 왠말이냐 싶었는데 가볍고 크고 튼튼해보여서 만족 중이다. 나이키 리유저블백 들고 다니는 남편에게는 이 가방이 샤넬 클래식급.
Floyd
사마리탄 백화점 3층
위켄더백 149유로. 베스트 색상은 블루와 카키. 택스리펀 가능.
파리 기념품 추천 : Pylones 오브제
지나갈 때마다 알록달록한 외관이 궁금했었다. Pylones는 파리 감성의 오브제를 파는 곳이다. 들어가보니 독특한 게 많았다. 에펠탑 칫솔, 에펠탑 클립 등 파리 여행 기념품으로 살만한 것이 많이 보였다. 가격대도 꽤 합리적이었다. 이건 우산인데 접으면 마치 드레스를 입은 여자의 모습이다. 너무 귀엽잖아?
이건 병마개다. 왜 웃음이 나는지ㅋㅋㅋㅋ 제품 이름도 Happyman. 9유로라서 친구들 선물로 사올까 하다가 결혼하더니 왜 이렇게 숭해졌냐고 할까봐 안샀다. 근데 아른거려.. 내일 가서 살까 생각 중. 병마개 말고 와인 오프너 버전도 있다.
PYLONES - PONT NEUF
18 Rue du Pont Neuf, 75001 Paris
파리 여행 기념품 추천. 품질 괜찮고 가격 합리적. 아기자기한 게 많다. 구경만 하기에도 좋음.
몽마르뜨 근처 한식 맛집 In Seoul
저녁은 한식을 먹었다. 잘 먹고 다녔는데도 며칠 전부터 이상하게 허기가 졌다. 식사를 한 것 같지 않고 간식을 거하게 먹은 느낌이었다. 한식이 그리웠다. 한식의 '맛' 보다는 밥이 주는 '든든함'이 그리웠다. 몽마르뜨 근처 한식당 In Seoul로 무려 택시까지 타고 갔다. 한식당인데 한국인은 나 혼자였고 완전히 만석이었다. 제육볶음, 김치찌개 같은 백반부터 빙수, 크로플, 떡볶이 등 아주 다양한 메뉴가 있었다. 한식이 잘 통하나 보네?
제육볶음은 아주 맛있었다. 밥 한숟가락이랑 제육볶음을 입에 넣었더니 이제야 식사를 하고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이 맛이야! 한국에서는 햇반 작은공기를 남편과 나눠먹을 때도 있는데 햇반 큰 공기 분량의 밥을 다 먹었다.
한식당이라 그런지 계산도 계산대에 가서 직접 하는 시스템이었다. 직원한테 "셰프가 한국인 맞죠?"라고 물었더니 "네! 사잔님 코리안!"이라고 했다.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게 뭔가 귀여웠다. 너무 잘 먹어서 인사라도 하고싶었는데 손님이 밀려들어와서 그냥 나왔다. 든든한 한끼였다.
In Seoul
52 Rue de Chabrol, 75010 Paris
몽마르뜨 근처 한식 맛집. 제육볶음 맛있는데 약간 매움. 옆자리 떡볶이도 냄새가 훌륭했음!
귀국 D-3
내 기억 속에서 계속 추웠던 파리. 니스에서 돌아가는 게 두려울 정도였다. 파리에 도착했을 때 날씨는 제법 온화해져 있었다. 집을 떠나온 지 시간이 꽤 됐구나. 이제 돌아갈 때가 다가오고 있다. 어떻게 보면 짧았고 어떻게 보면 길고 길었던 이번 여행. 유럽도 처음, 혼자 하는 여행도 처음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막상 와보니 재미있다. 나한테 언제 또 이런 시간이 올까 싶기도 하고.
퇴사한 뒤 사람인을 통해 간간이 이직제안이 온다. 마음에 드는 곳이 없어 늘 거절했는데 오늘 꽤 내키는 제안이 왔다. 왜 내켰냐면 회사가 집이랑 가까워서! 자기소개서 쓰는 게 귀찮지만 귀국하면 후루룩 써봐야겠다. 그러고보니 이게 이번 여행의 성과 같다. 나는 일을 하고싶어하는 사람임을 깨달았다. 다만 적게 일하고 싶을 뿐이다! 이전 직장이 여유가 너무 없는 게 문제였다. 적당히만 일하고 적당히 벌고, 적당히 내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근데 적당히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다! 오늘도 주절주절 일기 끝..! 내일은 뤽상부르 공원에 또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