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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
2년 전쯤 친구들 사이에서 샤넬 클래식 미디엄(a.k.a. 클미) 광풍이 분 적이 있다. 결혼을 앞둔 친구가 예물가방으로 사기 위해 주말마다 오픈런을 뛰길래 나도 같이 빠졌었다. 나는 클미 대신 '쁘띠삭'으로 불리는 가방을 탐냈었다. 수요가 적어 클미보다 구하기가 더 어려웠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난 포기했고 친구 두 명은 700만 원대에 구매했다. 그때도 비싸다 싶었는데 2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니 그때가 샤넬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던 것 같다.
문득 궁금해져서 명품 가격을 검색해 봤다가 기절할 뻔했다. 작년보다도 가격이 더 올라있었다. 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 롤렉스 주요 제품의 2022년 2월 가격과 2023년 2월 가격을 비교해 봤다.
샤넬
클래식 스몰
10,520,000원 → 12,370,000원
(+1,850,000원, +14.96%)
클래식 미디엄
11,240,000원 → 13,160,000원
(+1,920,000, +14.59%)
클래식 라지
12,100,000원 → 14,200,000원
(+2,100,000원, +14.79%)
명품 가격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샤넬.
정말 황당 그 자체다. 1년 사이에 200만 원이 올랐다.
다른 브랜드와 비교해도 인상폭이 과하다.
클래식 스몰도 1200만 원을 훌쩍 넘겼다니.
2년 전 클래식 미디엄 살 돈으로는 이제 클래식 스몰 사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샤넬이 일부러 가격을 팍팍 올리고 있단 얘기도 들었다.
이유는 '가짜 부자'를 걸러내기 위해서.
샤넬은 오픈런만 해도 살 수 있다 보니 부자들 입장에서는 '아무나 사는 가방'이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찐부자들은 샤넬 가방을 안 산다고... (정말 그런가?)
믿거나 말거나, 샤넬이 줄기차게 가격을 올린 덕에 소득이 적은 사람들은 대부분 떨어져 나간 듯하다. (나를 포함..)
하지만 본투비 부자는 아니어도 고소득의 중산층들은 여전히 샤넬을 손에 넣으려 하고 있다.
덕분에 계층이 더 세분화된 느낌이다.
샤넬이 없는 자, 샤넬이 있는 자, 샤넬을 버린 자.
에르메스
가든파티 36(가죽)
4,980,000원 → 5,370,000원
(+390,000원, +7.26%)
에블린 29
4,530,000원 → 4,930,000원
(+400,000원, +8.11%)
린디 26
10,490,000원 → 11,000,000원
(+510,000원, +4.64%원)
샤넬을 버린 자(=찐부자)들은 어디로 갔는가. 에르메스다.
근데 왜 가격이 샤넬보다 싸냐면, 이것들은 찐부자들이 사는 가방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 나열한 가방들은 에르메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광클하면 살 수 있는 가장 아래 등급(?) 가방이다.
샤넬 오픈런의 온라인 버전과 마찬가지다.
고로, 찐부자들은 이거 안 산다. 그들이 사는 건 '버킨'이다.
버킨은 에르메스에서 연간 구매 실적이 얼마 이상이어야 살 수 있는 가방이다.
즉 일반인들은 매장에 죽치고 있어도 버킨 구경도 못한다..^^
주변에 찐부자 언니들은 몇 년 전부터 버킨을 수집하고 있다.
물론 그들도 사고 싶다고 다 사는 것도 아니란다.
그렇다고 이들이 공홈 광클이나 오픈런을 할 이유는 없다.
퍼스널 쇼퍼가 친절하게 연락을 주니까.
루이비통
카퓌신 MM
9,220,000원 → 10,250,000원
(+1,030,000원, +10.05%)
카퓌신 미니
7,550,000원 → 7,780,000원
(+230,000원, +2.96%)
루이비통도 많이 올랐다. 근데 샤넬로 예방주사를 맞아서 이 정도는 귀엽다.
주변에 2030대는 카퓌신보다 알마를 더 많이 사는 거 같긴 한데 알마 정보는 못 찾았다.
2021년에 엄마한테 알마 PM을 204만 원 주고 사드렸는데 지금은 250만 원이다. 2년 새 46만 원, 22.5%가 올랐다. 2년 동안 내 연봉은 그 절반 정도 오른 거 같은데 말이다. 명품 가격 상승세는 무섭다 정말로.
롤렉스
서브마리너 논데이트
11,420,000원 → 11,690,000원
(+270,000원, +2.31%원)
서브마리너 데이트 콤비
18,810,000원 → 20,030,000원
(+1,220,000원, +6.09%)
결혼할 때 여자는 샤넬 클미를 사고 남자는 롤렉스 서브마리너를 산다. 거의 공식이다.
롤렉스도 오픈런이 장난 아니다. 와 근데 롤렉스 정말 비싸구나..
나도 남편도 시계를 잘 안 차서 시계의 세계는 몰랐었다.
이렇게 2022년과 2023년의 명품 가격을 비교해 보았다. 비교해놓고 보니 더 씁쓸하다.
2022년엔 그래도 손을 쭉 뻗으면 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 롤렉스 만져볼 만했는데 이제는 아예 대기권밖으로 날아가버린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