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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몽시니 조식 : 가짓수는 적지만 맛있어!
니스 호텔은 조식이 포함이었다. 파리에서 아침식사로만 매일 20유로씩 썼기 때문에 조식은 평타만 쳐도 이득이라 생각했다. 시간 맞춰 내려갔더니 생각보다 가짓수는 단촐했다. 빵은 크로아상, 빵오쇼콜라, 식빵이 있었고 계란요리는 스크램블 하나였다. 주스도 오렌지뿐. 사실 딱 내가 먹는 메뉴들이어서 부족할 것 없었는데 그래도 선택지가 적으니 좀 아쉬웠다. 그래도 한접시 든든하고 맛있게 먹었다.
바다로 가보자고!
이번 여행이 늘 그랬듯 계획은 없다. 아침에 창밖을 봤더니 하늘이 높았다. 바다에 가면 될 듯했다. 마땅한 원피스가 없어서 잠옷을 입기로 했다. 파리에 있을 때 Intimissimi라는 이탈리아 브랜드에서 산 잠옷인데 디자인도 예쁘고 보드라워서 완전 만족!
인생 첫 노브라 (갑자기요?)
유교걸이자 한국에서만 살아본 나는 노브라로 도시를 활보해본 적이 없다. 노브라로 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망측하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지만 막상 내가 그러고 나가려면 영 망측했다. 하지만 여행지에 오면 늘 새로운 걸 해보고 싶은 게 인간 심리니까. 과감히 노브라 도전!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거리에서 곁눈질 한번 안 받았다. 이번 여행 내내 가장 크게 느낀 건 '별 거라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별 게 아니었단 것'이다.
프라이빗 비치 Ruhl Plage
니스 해변은 여러 개의 프라이빗 비치로 이어져있다. 프라이빗이라고 해서 일반인 출입금지인 건 아니고 그냥 선베드값 내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선베드 빌리지 않고 해변가에서 노는 건 어디서든 무료로 가능하다. 프라이빗 비치는 거기서 거기라서 가까운 데로 가면 된다. 그냥 블로그 검색해서 눈에 띈 Ruhl Plage로 갔다. 스트라이프 파라솔이 예뻐서!
바다 바로 앞에 있는 선베드를 빌렸다. 가격은 인당 25유로. 어디 앉든 가격은 똑같았다. 저녁 7시 마감할 때까지 하루 종일 빌리는 거라 별로 비싸단 생각은 안들었다. 비치타올은 7유로인데 호텔방에서 챙겨가서 따로 안 빌렸다. 옆사람이 없어서 난 자연스럽게 선베드 2개를 썼다. 아싸 개이득!
오전 11시에 갔을 때는 선베드가 거의 비어있었다. 성수기에는 오픈할 때 와서 자리 맡고 그러는 듯. 어제는 바람이 너무 불어서 니스를 제대로 못 즐겼는데 여기 앉아있으니 천국이었다.
식음료는 비싸다. 블랑 맥주 500ml 13유로. 지금 1유로에 1500원이기 때문에.. 약 2만원이다. 음식도 거의 28유로(4만원대)부터 시작했다. 그렇다고 식사를 꼭 여기서 해야되는 건 아니다. 밖에서 먹고 다시 돌아오면 된다. 소매치기 걱정은 전혀 없는 곳. 온갖짐 다 두고 잠깐 나갔다 오거나 잠들어도 아무 일 없다. 그래도 맥주는 못참지!
메세나 광장에서 중식 테이크아웃 : Le Relais d'Asie
갑자기 강풍이 몰아치는 바람에 너무 추워서 도저히 바다에 있을 수가 없었다. 옷도 갈아입을겸 밥을 사서 호텔에서 먹고오기로 했다. 프랑스에 자주 와본 친구가 추천해준 중식 식당이었다. 볶음밥, 프라이누들, 치킨, 불고기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다. 나는 볶음밥 하나, 치킨 하나를 포장했다. 메뉴는 각 5~8유로선이었다.
맛은 괜찮았다. 약간 팬더 익스프레스 느낌이다. 중식의 패스트푸드 버전. 밥이 쫀득쫀득해서 좋았다. 치킨은 그저 그랬다. 양은 진짜 많다. 프랑스인들은 혹시 대식가인가? 음식 시킬 때마다 양에 기겁한다. 이것도 절반씩밖에 못먹었다. 남은 건 낼 아침에 컵라면과 먹어야겠다.
Le Relais d'Asie
11 Pl. Massena, 06000 Nice
마세나 광장에 위치한 중식당. 팬더 익스프레스처럼 중식 패스드푸드 느낌이다. 볶음밥 맛있고 간 잘돼있다. 싸고 양 많아서 가성비 짱.
하루종일 바닷가에서 놀기
밥 먹고 옷을 갈아입고 오니 어느새 날이 온화해져 있었다. 바람은 멎었고 햇빛이 내려왔다. 바다를 구경하다가 그대로 잠들었다.
잠에서 살짝 깼을 땐 발끝이 따땃했고 주변에선 복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얼굴을 가리고 있던 캡모자를 거둬내니 눈앞에 꿈에 그리던 풍경이 나타났다. 햇빛과 닿을 때마다 반짝이는 물결, 바다에 돌멩이를 던지며 노는 아이들, 조금 전 나처럼 잠들어있는 사람들. 아름다웠다.
날이 너무 좋아 오늘 내내 여기 있기로 마음 먹었다. 햇볕의 따뜻한 느낌이 좋아서 파라솔도 접어버렸다. 곧바로 와인 한병을 시켰다. 1병은 너무 많아서 하프 보틀(50cl)이 있는 것 중에 골랐다. Chateau Peyrassol 로제와인 28유로. 비비노 평점 4.0이었다.
이때 서빙하러 온 직원한테 "Nice weather"라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직원이 와인잔에 와인을 따라주면서 "Now life is better. Good wine and nice weather."라고 답했다. 이 나라는 뭐랄까, 풍경도 사람도 다 유죄다. 다들 낭만이 넘쳐흘러.
진짜로 해가 질 때까지 여기 있었다. 내 자리 왼편에 있던 해가 어느새 오른쪽으로 저물어가는 중. 밥 먹는 시간 잠깐을 제외하고 8시간이나 이 자리에 있었다. 수영은 안했지만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싶었다. 어떤 자리에 하루 종일 앉아있던 게 학생 때 자습실, 직장 다닐 때 사무실 말고 또 있었을까? 떠오르지 않는 걸로 보아 이게 처음인 것 같다.
이곳을 즐기는 사람들 구경도 재미있었다. 할아버지와 손녀가 해변을 걷다가 같이 사진을 찍는 모습이 너무 예뻤다. 손녀를 얼마나 아끼는지 할아버지의 손끝 발끝에서 온전히 느껴졌다. 이 모습이 너무 예뻐서 눈물이 핑 돌았다. 취했나. 곧바로 한국서 자고 있을 남편한테 카톡도 했다. 니스는 너무 예쁜 곳이라고, 나중에 꼭 같이 오자고. 난 이 도시를 완벽히 사랑한다 오늘부터💕
구시가지 이탈리안 레스토랑 Di Piu
해변 마감시간까지 꽉 채우고 나와서 밥을 먹으러 갔다. 전날 호텔 리셉션이 추천해줬던 이탈리안 레스토랑 Di Piu로 갔다. 저녁 장사를 7시에 시작하는 곳인데 7시 40분쯤 가니 이미 만석이었다. 1인이라 겨우 앉을 수 있었다. 토마토 파스타를 시켰다. 역시 양은 한 바가지가 나왔고... 새콤한 맛이었다. 난 숏파스타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맛은 있는데.. 식사를 받은 느낌이 아니라 샐러드 파스타를 많이 받은 느낌이었다. 어쨌든 든든히 먹긴 했는데 뭔가 부족해.. 한국 가면 파스타부터 먹어야겠다. 솔직히 프랑스 와서 먹은 이탈리안 음식들 다 별로다. 밥 먹고 나왔더니 웨이팅이 길게 있었다. 유명한 집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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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Quai des États-Unis, 06300 Nice
구글 평점 4.3. 바다가 보이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오픈 시간 맞춰가야 웨이팅 없이 들어갈 수 있음. 분위기 좋고 가격 적당한 편. 전형적인 관광지 맛집 st.
노을 지는 바다까지 완벽해🇫🇷
밥 먹고 나오니 해가 거의 넘어가고 있었다. 자갈 해변에 앉아 한참을 구경했다. 역시 예뻤다. 오늘 하루 종일 본 바다인데도 좋았다. 시간에 따라 위치에 따라 느낌이 계속 달랐다. 내일 또 오늘 같은 하루를 보내도 좋을 만큼 완벽한 경험이었다. 사랑해 니스!!
내일은 에즈로!
공중부양 명상인간들 밤되니 발광한다ㅋㅋ 대체 왜 꼭대기에서 명상하는 거냐구.. 볼 때마다 이상하게 헛웃음이 난다.
내일은 니스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에즈'라는 도시에 가보려고 한다. 남프랑스 와본 친구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추천한 곳이라 가봐야겠다. 시간되면 모나코도 찍고 올 계획이다. 하지만 머릿속 계획일 뿐ㅎ 어떻게 가는지도 모른다~ (뭐 택시 타면 되겠지.) 일단 오늘 하루가 빈틈없이 완벽했으므로 이 행복한 마음 안고 잠들어보려고 한다. 하루종일 해변에 있어서 그런가 온몸에 열감이 있다. 선크림을 수시로 발랐는데도 타긴 탔나보다. 내일도 또 태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