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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
기자로 7년을 일했다. 나의 20대를 온전히 바친, 적지 않은 시간이었다. 나는 결국 기자의 길을 접었지만 여전히 똑똑한 청년 다수는 기자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일하는 동안 대학생은 물론이고 중고등학생들로부터 기자되는 법을 묻는 지문도 많이 받았다. 현생에 치여 제대로 답변해주지 못할 때가 많았는데 이제라도 조금씩 답해보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기자'로 살아왔던 인생의 한 단락을 매듭짓기 위한 목적도 있다. 꿈과 벽 앞에서 고민 중인 기자 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첫 번째 주제는 '기자의 종류'다.
매체의 차이
기자의 종류는 매체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TV로 나가는 영상기사를 제작하는 '방송기자', 신문에 싣는 글기사를 쓰는 '신문기자', 방송사와 신문사에 기사를 제공하는 '통신기자'가 있다.
- 방송기자 : TV 리포트 제작. KBS, YTN, 한국경제TV 등
- 신문기자 : 신문 지면 기사 작성.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 통신기자 : 방송사와 신문사에 제공하는 기사를 작성. 연합뉴스, 뉴시스 등
필자는 방송기자였다.
매체별 특징을 후술할 예정이지만 신문기자와 통신기자는 직접 경험해보지 않아 한계가 있다는 점을 미리 알려둔다.
방송기자
①영상기사 제작
TV로 송출하는 2분 안팎의 영상기사(=리포트)를 제작한다. 리포트는 스튜디오에서 아나운서가 읽어주는 ‘앵커멘트’와 기자가 녹음하는 ‘기사 본문’으로 구성된다. 앵커멘트와 기사 본문을 합쳐 12~15문장을 쓴다. 문장수가 적기 때문에 영상과 CG, 현장음, 자막을 적절히 활용해 기사 이해도를 높인다. 각 요소를 어떻게 제작해 배치할지는 전적으로 기자의 영역이다. 즉, 기획력이 중요하다. 다만 기자가 영상편집과 CG 제작은 할 줄 모르므로 여러 직군과의 협업이 필수다.
②방송 출연
취재 현장에서 생중계 방송을 하거나 스튜디오에 출연해서 방송을 한다. 대본을 미리 작성한 뒤 화면을 보고 읽는 경우도 있지만 원고 없이 투입되는 경우도 있다. 매체 특성상 얼굴이 노출되므로 용모를 단정히 해야 한다. 부담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인터넷에 이름 석자만 치면 얼굴이 나오므로 준공인과 다르지 않다. 사회적 물의라도 일으킨다면 곧바로 신상공개..
③업무 환경
방송은 쉬는 날이 없다. 신문은 일요일에 발행을 안하지만 방송뉴스는 주말에도 한다. 다른 매체에 비해 주말 출근이 잦을 수밖에 없다. 52시간 제도가 도입된 후로 주말에 출근하면 평일에 하루 쉬게 하는 방송사가 많아졌지만 그렇지 못한 곳도 더러 있다. 주 6일 근무도 꽤나 한다는 뜻.
신문기자
①지면기사 작성
신문에 싣는 기사를 작성한다. 모든 기사가 2분 내외인 방송기사와 달리 신문기사는 사안의 중요도에 따라 분량이 제각각이다. 신문기사의 분량은 글자수로 계산한다. 요즘은 1,000자, 1,200자로 이야기하곤 하지만 전통적으로는 원고지 매수로 불러왔다. 1,000자=5매, 1,200자=6매 이런 식. 분량이 길다 보니 촘촘한 취재와 필력이 필요하다. 신문은 종이에 인쇄하고 가정에 배포하는 데까지 물리적 시간이 소요되므로 기사 마감시간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②온라인기사 작성
최근엔 종이신문을 보는 곳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기사도 온라인으로 많이 전환하는 추세다. 지면에는 싣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송고하는 기사를 쓰기도 한다. 지면기사보다 분량이 길 때가 많고 가볍고 재미있게 쓸 것을 요구받기도 한다. 클릭수를 높이는 제목을 달기 위해 머리를 싸매곤 한다.
③업무 환경
초과근무가 많지 않다. 마감 이후에 벌어진 일은 써봤자 신문에 못 싣기 때문. 일요일은 신문을 발행하지 않아서 전직원이 토요일에는 쉰다.
통신기자
①통신기사 작성
원래 통신사는 방송사나 신문사에 기사를 판매하는 언론사다. 중앙언론사라 하더라도 모든 사건에 취재기자를 충분히 배치할 수는 없으므로 이 경우 통신사로부터 기사를 구매해 전재한다. 즉 통신사는 방송사나 언론사에 비해 넓은 영역을 다루며, 속도가 생명이다. 짧게 1~2줄이라도 써서 ‘1보’ 기사를 낸 뒤 조금씩 보강하면서 2보, 3보, 종합기사를 작성한다. 분석이나 해설기사보다는 스트레이트 기사를 주로 쓴다. 방송사, 신문사보다 기자 1명이 쓰는 기사 수가 훨씬 많다.
②업무 환경
출근하면 쉬는 시간이 거의 없다. 기계처럼 기사를 쓰는 게 일상이다. 어딜 가나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식사하다가 기사를 쓰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다만 취재 환경이 호의적일 때도 있다. 통신사에서 쓰는 기사는 모든 언론사에게 배포되므로 그 언론사들이 재생산할 가능성이 많다. 즉 통신사에는 제보가 많이 들어가는 편이며 취재원들도 통신기자들에게 호의적인 경우가 종종 있다.
알아본 것처럼 매체별로 업무환경과 기사 작성 과정이 완전히 다르다. 때문에 기자들은 이직할 때 매체를 바꾸는 일은 흔치 않다. A신문사에서 B신문사로 가는 일은 흔해도, C방송사로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기자 생활을 오래 하고 싶다면 자신에게 잘 맞는 매체를 먼저 고르는 게 좋다. 대부분의 준비생들은 어디든 붙기만 하면 된다고 답한다. 물론 매체마다 기자되는 법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매체별 특성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면접에서 제대로 어필할 수가 있다. 기자되는 법을 명쾌하게 알려주고 싶지만 사실 그런 건 없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보다 구체화하다보면 조금씩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뿐이다.